거리

해빈

반짝 빛이 났지 거리를 걸을 때

너는 뭐가 그리 행복한지 밝게 웃었어

황홀한 눈으로 너의 짙은 세상 볼 때면

네 눈에 비치는 바닷속 별 하나

신호등을 건너가 목적지는 없어도

홀로 걷는 이 밤이 너로 자욱하기만 해

초록색 불빛들이 나를 감싸 안아도

빨간 하늘 물든 채로 내 맘을 맡길래

너와 나의 빨간 세상엔

날 바라봐 주던 니가 있을까

너와 나의 푸른 세상을

그냥 습관처럼 널 향해 있을래

이 길엔

손 흔들어 주던 반대쪽에 그 길가에

아른거릴수록 그저 멍하니 서서 있는데

솔직히 힘들어 숨겨도 가려지지 않아

조금 더 웃음지어 보일래

신호등을 건너가 이런저런 생각에

문득 떠오를 때면 나를 불러도 돼

혹시 길을 헤매서 오래 걸릴지라도

돌고 돌아 나에게 꼭 찾아와 줄래

너와 나의 빨간 세상엔

날 바라봐 주던 니가 있을까

너와 나의 푸른 세상을

그냥 습관처럼 널 향해 있을래

너와 나의 새벽녘 거리

두 눈을 감은 채 너를 그릴래

너와 나의 아픈 세상도

이젠 멈춰두고 천천히 웃을게

오늘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