꿈과 책과 힘과 벽

잔나비

해가 뜨고 다시 지는 것에

연연하였던 나의 작은방

텅 빈 마음 노랠 불러봤자

누군가에겐 소음일 테니

꼭 다문 입 그 새로 삐져나온

보잘것없는 나의 한숨에

나 들으라고 내쉰 숨이 더냐

아버지 내게 물으시고

제 발 저려 난 답할 수 없었네

우리는 우리는

어째서

어른이 된 걸까

하루하루가

참 무거운 짐이야

더는 못 갈 거야

꿈과 책과 힘과 벽 사이를

눈치 보기에 바쁜 나날들

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

무책임한 격언 따위에

저 바다를 호령하는 거야

어처구니없던 나의 어린 꿈

가질 수 없음을 알게 되던 날

두드러기처럼 돋은 심술이

끝내 그 이름 더럽히고 말았네

우리는 우리는

어째서

어른이 된 걸까

하루하루가

참 무거운 짐이야

더는 못 간대두

멈춰 선 남겨진

날 보면

어떤 맘이 들까

하루하루가

참 무서운 밤인 걸

잘도 버티는 넌

하루하루가

참 무서운 밤인 걸

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

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

무덤덤한 그 눈빛을 기억해

어릴 적 본 그들의 눈을

우린 조금씩 닮아야 할 거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