바람, 그대

성시경

바람이 불어서 눈을 감았더니

내게로 달려 오네 가을이

젖은 머리로 넌 어디를 다니나

코끝엔 익숙한 그대 머리 향기

 

그대의 손 따뜻했던 그 온도와

그대의 얼굴 얼굴

 

단숨에 또 나를 헝클어버린 내 가을이

 

내 맘은 그대 곁에 가

누웠네 살며시

더딘 내 기억은

그건 봄이 였나 그건 꿈이 었나

 

우리 만난 웃었던 속삭였던

눈부셨던 그 날 그 날

언제나 내 손을 잡던 너 지금은 어디에

먼곳에

 

단숨에 날 헝클어 버렸네

바람이 가을이

 

그대가 그리워

다시 가을인 걸 알았네

울지는 않지만

간신히 담담한 나를 이렇게 또 헝클어

 

계절은 흐르네

다시 또 오겠지만 흐르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