네가 불던 날

성시경

하루는 길어도 일 년은 빠르고

어제는 흐려도 그날은 선명해

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슬플 필요는 없어

 

불안한 설렘과 다정한 외로움

혼자가 더 편해 친구들이 좋아

문득 허전한 건 멀리서 불어온 바람 때문

 

언제나 막막한 그리움은

닿지 못할 곳을 향해 불어가고

돌아갈 수 없는 그 곳에서 마음이 멈춘 순간

 

내 손을 잡아줄 사람 천천히 같이 걸어줄 사람

시시한 농담에 웃어줄 한 사람

그런 사람 내 곁에 있다면

 

돌이킬 수 없단 말로 너무 쉽게 묻은 건 아닐까

아마 나는 지금 누군가 그리운 것 같아

 

바람이 슬프면 난 눈을 비비고

마음과는 다른 노래를 부르네

그립기는 해도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야

 

언제나 투명한 후회들은

갈 수 없는 먼 곳에서 날 부르고

어젯밤 꿈속의 그 곳에서 기억이 멈춰버린 순간

 

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 천천히 같이 걸어 준 사람

시시한 농담에 웃어주던 사람

그런 사람 곁에 있었는데

 

돌이킬 수 없단 말로 너무 쉽게 묻은 건 아닐까

아마 나는 지금 누군가 그리운 것 같아

 

이젠 다 상관없다면 그게 더 슬픈 걸

왜 헤어짐은 너무 쉬운 선택인 걸 몰랐을까

그땐 왜

 

날 좋아해 주던 그런 너

언제나 내 손 잡던 너

많이 웃어주던 너

내 곁에 있던 너