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, 사랑

성시경

 

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

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

만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

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

 

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

나는 봄볕을 잊지 않으니

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듯이

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

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오, 사랑

 

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

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날으네

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

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

 

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 조차

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

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

그대 부르는 이 목소리 따라

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나를 찾아

니가 틔운 싹을 보렴 오, 사랑

 

니가 틔운 싹을 보렴 오, 사랑