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음새

성시경

지우려 하지 않아도 쓰여지는게 너무 많아서

오래된 기억은 감춰지곤 해

길었던 우리 얘기도 몇 개의 단어만 남겨지다

작은 점이 되어 갈지도 몰라

늘 어디에 배인 네 향기도

나에게만 낸 목소리도

작은 다툼도 뜨거운 화해들도

거기 사랑이 있었다고

그게 우리의 증거라고

그리 특별하지 못한

이음새 같은 순간 속에

여기 네가 있던 자리가

아물어 버릴까 봐

이따금씩 난 일부러 멈춰서

기억을 이어본다

늘 너와 걷던 거리를

흔히 그러듯 걸어 보았어

나만 느끼는 작은 낯설음

이쯤에서 널 기다렸고

이쯤에서 아쉬워했지

너를 안으면 턱에 닿던 머릿결

거기 사랑이 있었다고

그게 우리의 증거라고

그리 특별하지 못한

이음새 같은 순간 속에

여기 네가 있던 자리가

아물어 버릴까 봐

이따금씩 난 일부러 멈춰서

기억을 이어본다

게으른 옷차림 따분한 주말

부시시 웃던 너의 얼굴

예쁘게 남겨진 사진들 속에

담기지 못한 서로가 당연했던 너와 나

그게 사랑이었다는 걸

너무 소중했었다는 걸

그리 특별하지 못한

모든 순간을 나눴던 게

여기 네가 있던 자리가

아물어 버릴까 봐

굳이 소리내 너의 이름을 또

아프게 불러본다

흐려지는 기억의 선을 그려본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