방랑자

성시경

철로 위로 흩어지는 이름 모를 꽃잎

저 멀리 지평선에 노을이 달을 부르고

굴뚝 위로 서성이는 연기

저녁을 짓는 엄마의 손길

차창으로 스며 들어 내 맘을 안아줘

내 모든 지나온 나날들이

낯선 이름처럼 저 멀리 떠나고

새로운 하늘이 내게 펼쳐져

별들을 담아놓은 밤의 호수 곁을 지나

정처 없는 날 데려가

끝도 없이 타오르던 그 번뇌의 불꽃

더 높이 오르고만 싶던 부질없는 꿈

사람 속에 사람 없던 날들

닿을 곳 없는 도시의 표류

차창 너머 바람결에 홀연히 사라져 모두

내 모든 지나온 나날들이

낯선 이름처럼 저 멀리 떠나고

새로운 하늘이 내게 펼쳐져

별들을 걸어놓은 숲의 실루엣 곁을 지나

정처 없는 날 데려가 멀리

먼동이 터 오면

긴 어둠이 걷히면

움츠린 밤을 지워줄 따뜻한 커피 한잔할 거야

아직 남아있는 너의 이름

낯선 능선 위에 조용히 드리워져

난 일그러진 저 밤하늘을 봐

아이들이 잠든 작은 마을 곁을 지나

정처 없는 날 데려가

날 멀리 데려가 어디라도 난 너를 데려가 곁에

난 널

난 널

난 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