옥련동

정승환

철없이 뛰놀던 어릴 적 내 동네

잊고 있던 길 다시 걷는다

낯익은 그네 위 흙먼지 묻은

꼬마 하나가 반가운 듯 내게 손 흔든다

끝없이 높던 육교의 계단들은

언제 이렇게 낮아진 걸까

집 앞에 놀이터가 세상 전부였던 넌

지금은 어디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

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누나

밤늦도록 우린 엄말 기다리다

어느새 그대로 잠들어도

아침이 오면 엄마 품에 안겨 있었지

학교 앞 사거리 분식집 앞엔

낯익은 교복 웃음소리 다 그대로야

우리들만의 비밀이 담긴 거리

함께 적었던 낙서들까지

바쁘게 사는 동안 무심히 잊어버려도

그때의 우리는 남김없이 여기에 있어

동네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

나는 다시 내 먼 집으로 가네

언제 또 이곳에 올진 몰라도

나의 마음엔 멀지 않아 여기 있어

꺼지지 않을 옥련동 우리 집