봄을 지나며

정승환

오래된 안부

잘 지내고 있어요

오랜만에 밖을 나섰죠

반가운 얼굴 소란스런

인사 뒤로 생각이 났죠

고마운 햇살

옅은 땅을 녹이듯

그럭저럭 견뎌냈어요

아쉬운 이 계절이 또 지나가면

조금 더 익숙해지겠죠

끝없이 매일 이별하고 있죠

내게서 뭔가 중요한 게 바뀌었죠

요즘은 더 웃으려 노력해요

이렇게 그대도 날 잊는지

가끔씩 문득

멈춰 설 때 있어요

그 해 자주 듣던 노래가

예고도 없이 흘러나올 때면

그때로 날 데려다 놓죠

끝없이 매일 다짐하고 있죠

조금씩 뭔가 해보려고 애써요

내 삶에서 그대 없는 날들이

낯설게 느껴지기 싫어서

계절은 푸른빛이 번지고

나의 바랜 손은 잡힐 듯

멀어져 가는 기억 속을

거슬러 손을 뻗는다

지금쯤 그댄 괜찮아졌나요

눈부신 날들이 멀어져만 가네요

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을지

괜한 걱정이죠

너무 예뻤던 봄을 지나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