러브레터

정승환

골목길 머뭇하던 첫 안녕을 기억하오

그날의 끄덕임을 난 잊을 수 없다오

길가에 내린 새벽 그 고요를 기억하오

그날의 다섯시를 난 잊을 수 없다오

반듯하게 내린 기다란 속눈썹 아래

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

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

그 모든 나의 자리에

나 머물러 있다오

아끼던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아래

우리 둘 나란히 적어둔 이름들에

무심한 걱정으로 묶어주던 신발끈에

그 모든 나의 자리에

나 머물러 있다오

좋아하던 봄 노래와 내리는 눈송이에도

어디보다 그대 안에

나 머물러 있다오

나 머물러 있다오

그대 울지 마시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