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우다가

탁하은

늦은 밤 너와 헤어진 그 거리에 도착해

한 뼘도 변함이 없는 우리

지난 날 네게 주었던 아픔들이 떠올라

그토록 말이 없었던 너를

어제는 너를 지워보다가

오늘은 널 생각해보다가

지난 시간을 더듬어보다

아무 일 없이 밟고 가다가

어제는 너를 비워내다가

오늘은 널 써내려 가다가 지우다가

애써 보낸 나의 하루가 또 지나가

흐려지는 너와의 시간

돌아갈 수 있다면

다시 그 때로 우리 그 때로 처음 그대로

만날 수 있다면

어제는 너를 지워보다가

오늘은 널 생각해보다가

지난 시간을 더듬어보다

아무 일 없이 밟고 가다가

어제는 너를 비워내다가

오늘은 널 써내려 가다가 지우다가

애써 보낸 나의 하루가 또 지나가

멀어질 수록 선명해지는

지난 시간들로만 가득해

어제는 너를 지워보다가

오늘은 널 생각해보다가

어제는 너를 비워내다가

오늘은 널 써내려 가다가 지우다가

너로 가득찬 내 하루가 또 지나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