길은 정해졌다

이승열

다시 길을 걷는다 다시 길을 찾는다

아직 이곳을 난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

잊어야 할 건 잊자

버려야 할 건 전부 버려 버리자

더 가벼워지자 이제

몇 번을 돌아봐도 달라지는 건 없어

내가 걸어 온 발자국들은 지워지지 않아

길은 멀고 멀어서

까마득하게만 보이던 그곳에

어느새 난 서 있다

길은 정해졌다

결코 뒤돌아보는 일은 없을 거야

떠나갈 사람은 그저 묵묵히 갈 길을 가는 거야

이제 난 알아

기다려 봐도 더는 소용없다는 걸

떠나간 사람을 이해하려 애쓸 필요 없다는 걸

한 번 더 큰 숨을 내쉬고

어제의 나와 여기서 헤어지자

어디로 가야 할진 아직 몰라도

길은 분명 어딘가로 이어질 테니

이제 난 알아

기다려 봐도 더는 소용없다는 걸

떠나갈 사람은 그저 묵묵히 갈 길을 가는 거야

다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