떠난다

김재석

소리 없이 되뇌이던 그 말

가슴속에 남겨뒀던 얘기

사랑한단 그 말 차마 못 하고

애써 웃어 보내던 그 날 밤

 

너 없이 사는 것도 괜찮다고

도망치듯 뒤돌아섰던 나

멀어져 가는 널 보지도 못하고

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아둔 채.

 

떠난다

너무 사랑했던 널 두고 떠난다

행복했었던 기억들 가슴에 묻고

슬퍼 보이지 않도록

웃으며 뒤돌아선다

아픔만 남긴 채

떠난다

 

서툴러서 표현하지 못한

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

왜그리 어려웠을까 그때 우린

이제와 후회한대도

아픈건 나니까

 

떠난다

도망치듯이 너를 두고 떠난다

가난 했었던 내 마음이 보일까봐

너를 놓지 못할까봐

서둘러 멀어져간다

아픔만 남긴채

떠난다

 

언제나 같은자리에

기다리게만 했던 나라 미안해

 

멈춘다

사랑했던 나의 마음을 멈춘다

얼마나 더 아파하고 미워해야

너를 지워낼 수 있을까

너와 걷던 이 길 위에

아픔만 남긴채

떠난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