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자
기리보이한 마리 사람으로 태어났다 범처럼 간다
돼지처럼 해 처먹고 개처럼 살다
살가죽이 벗겨진 후 죄인 같은 나날
견디면 더 강해지는 이건 벤치프레스 같아
피를 끌어올리고서 매일 운동을 한다
하루 살고 하루 죽는 폐인처럼 살다
신나게 얻어맞고 피가 또 말라 버려도
나는 보란 듯이 다시 여기 죽지 않고 왔다
태초에 내가 태어났고 죽지 않고 있네
너무 많이 튀지 않게 유지하고 있네
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내 인생
행복해 보이는 너보다는 성공한 내 신세
쓰고 벌고 웃고 울고 looper
같이 웃자 너흰 뭐가 그리 웃겨
나도 너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어
난 두더지같이 너희들 망치질에 숨어
여러 필름들이 뒤엉켜버린 사진기 안에
좋은 풍경들의 한 컷을 찾아 떠날 땐
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는 감정으로
울고 웃다가 나 알아서 찾다가 다시 갈게
그래도 행복했어 누군가를 사랑할 땐
사랑이 떠나가고 다른 사랑에 다가갈 때
진짜 감정들을 경험했고 다시 처음
30페이지가 넘는 내 소설의 마침표
난 사람으로 태어났다 매처럼 날아
비둘기가 됐고 이제 파리처럼 간다
장애물을 피해 온 나의 마지막 발악
견디면 더 강해지는 우린 대기업 같아
내일이 없이 살고 난 내일 해를 봐
베일이 벗겨진 내일 해는 나의 밤
어쨌든 내일 해는 다시 뜨니까
여전히 오늘 저녁은 또 맛있습니다
사정없이 물어
숨통을 끊어
사자처럼
사자처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