엉망진창

기리보이

우리 삶은 둘 중 하나야

결국 짓는 게 웃음일까 죄일까

많은 사람들이 물어봐 우리가 어디까지냬

그땐 너만 보고 웃고 있었지만

방송 출연 한 번 커졌지 머리가

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린 참 순식간이었네

그때는 철이

없어서

뻔한 핑계를 대며

도망가기 바뻤지

때늦은

후회를 해

눈을 뜨고 나면

전부 다 엉망진창이야

나는 가끔 그 지하방을 지나가

그때의 우린 지금 거기 없겠지만

오래전에 외웠던 너의 번호도 잊어버렸네

삶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

뻔한 이별 노래 아닌 현실이야

근데 어떻게 좁아터진 곳에서 둘이 살았나 싶어

다 엉망이야

정리 안 된 우리 추억을 대책 없이 꺼내

여길 어지럽히고 난 다시 망가져버려

눈을 뜨고 나면 전부 다 엉망진창이야

엉망이었던 우리의 사랑의 기억

우린 엉망이었어도 잘 살았지

미워했던 너의 친구 남자들도

10분에 한 번씩 뒤척이던 너의 잠소리

보일러가 안 된 날에 했던 찬물 샤워

중고 tv 침대가 없어 둘이 덮었던 담요

그때 너는 왜 그렇게 행복해했어

보잘 거 없는 내게 대체 왜 행복하다 했어

그땐 너무 어렸었다

우리 추억은 싫증 난 인형처럼 쉽게 버려지고

가끔 꺼내 보는 낡은 2G폰 같아

창피한 기억들에 우린 너무 예쁜 한 쌍

마치 어제 같은 그때 우린 웃고 있었고

내가 지운 기억 속에 너는 울고 있었다

내일이 오면 달라질 것 같던 막연했던 하루

내가 할 수 있던 말은 시간 정말 빠르다

다 엉망이야

정리 안 된 우리 추억을 대책 없이 꺼내

여길 어지럽히고 난 다시 망가져버려

눈을 뜨고 나면 전부 다 엉망진창이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