걸었어

염따

한잔 마시면 나도 모르게 눌러 지워버린 너의 번호를

 

그냥 보고싶어서 걸었어

너가 보고싶어서 걸었어

취한게 아냐 참다가 잘 참다가

그냥 걸었어

 

신발장에 너가 두고간 225mm 아디다스

갔다버릴까 하다가 제자리에 그냥 놔둔다

또 리모컨이 없네 그냥 소파에서

팔이 저릴때까지 타임라인을 올리다가

너 윤정이랑 브라운에서 flexing

하는 사진을 보고나서 집에 혼자있으면 더

우울해질까봐 여자 많은 영빈이를

이태원으로 불러다가 싸구려 보드카에

뉴페이스 여자들을 섞는다

흐릿흐릿한 기억이 될게 뻔 하지만

혹시라도 누가 널 지워 줄까봐

 

한잔 마시면 나도 모르게 눌러

지워버린 너의 번호를 뚜뚜루

한잔 마시면 나도 모르게 눌러

지워버린 너의 번호를

 

그냥 보고싶어서 걸었어

너가 보고싶어서 걸었어

취한게 아냐 참다가 잘 참다가

그냥 걸었어

 

테라스가 있어서 좋아 굽은다리역 커피빈

나는 언제나 아아 너는 블루베리 머핀 이였지

늘 앉는 자리에 앉아 처음엔 마주보다가

내가 옆자리로 넘어가면 넌 팔짱을 겼잔아

여기 오니깐 또 너 생각이 난다

여기저기 어딜가도 너가 묻어있어서

조금 무뎌졌다가도 다시또 그리워져 난

흐릿흐릿한 추억이 된다고들 하지만

나는 너를 지워 버릴 수 없는것 같아

 

한잔 마시면 나도 모르게 눌러

지워버린 너의 번호를 뚜뚜루

한잔 마시면 나도 모르게 눌러

지워버린 너의 번호를

 

그냥 보고싶어서 걸었어

너가 보고싶어서 걸었어

취한게 아냐 참다가 잘 참다가

그냥 걸었어

 

비틀비틀 거리다가 택시안

아저씨 굽은다리역이요

쓰러져 창문 너머를 그저 멍하니

바라보다가 또 난 전화길 만지작 거리다가

지워버린 너의 번호로 걸었지

 

오랜만에 그냥 니가 보고싶어서 걸었어

너가 보고싶어서 걸었어

취한게 아냐 참다가 잘 참다가

그냥 걸었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