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라리

Lucia(심규선)

그리도 찬 서리 같은 마음 어찌 품었나

너는 하오에 부는 바람만큼 온화했는데

우는 날 떼놓고 걸음 어찌 걸었나

하염없이 비 내릴 때 너도 억수처럼 울었나

 

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

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

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만리 더 멀리 가소

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

행복하소

 

연무처럼 흩어지는 맘 어찌 붙잡나

너는 그믐에 피는 손톱달처럼 저무는데

기어이 돌아서는 널 어찌 탓할까

너는 아무도 몰래 받을 벌을 다 받았는데

 

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

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

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만리 더 멀리 가소

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

 

언약과 증표 가련한 맹세여 다시없을

사람

마침표 없는 문장을 가득히 눌러 안고

안으로 외치는 말

 

가지 마소 가지 마소 나를 버리고 가지 마소

이내 이런 기다림은 멀리 멀리 저 고개로 넘어 간다

나를 두고 가신 임 십 리도 못 가 발병 나소

아라리요 아라리야 끝내 떨치고 가신 임아

돌아보소

 

간 밤에 꾼 꿈결인 듯 전부 다 잊고 행복 하소

나를 두고 가신 임아 누구보다 더 행복 하소

행복하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