혜성충돌 彗星衝突

Lucia(심규선)

타원의 궤도를 그리며

나는 어디론가 추락하던 중

그 깊고 검은 어둠에서

눈부신 빛을 내는 너를 보네

먼지와 얼음에 쌓인 채

스스로 불에 타고 있었던 난

너의 중력에 이끌리며 낙하하네

그게 충돌임을 알면서

우주는 고요하고 왜성은 숨죽이네

나와 그 별이 입 맞추던 순간

바다는 끓어오르고 모든 게 기꺼이

휩쓸려 우리의 무질서에

오 그 찬란한 충돌

눈을 감고 나를 전부 받아들여줘

궤도에 부딪혀

너를 데려가려 해

저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

아득한 공허에 갇힌 채

나를 잠식하며 소멸하던 꿈

내 깊고 검은 어둠의 끝자락을

찢으면서 너는 오네

대기와 위성에 뒤덮인 채

스스로 가둬두고 있었던 난

너의 충돌을 끌어당겨 가속하네

이게 폭발임을 알면서

낙원은 불에 타고 유성은 침몰하네

나와 그 별이 입 맞추던 순간

바다는 끓어오르고 모든 게 기꺼이

휩쓸려 우리의 무질서에

오 그 찬란한 충돌

나를 안고 너를 전부 내게 맡겨줘

궤도를 흔들어

나를 데려가 줄래

저기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

수천수만의 은하

수억 수십억의 별과 태양을 지나

너에게 부딪혀

지금 네가 되려 해

긴 여행을 너에게 마치리

찬란한 충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