슬로우를 걸어주세요

함병선(9z)

네가 지나가는 사람일 거란 걸

그때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나 봐

더는 갈 곳이 없고

마음이 시큰해져요

너는 집 같았어

내가 지워지는 사람일 거란 걸

벌써 꽃잎이 떨어지는 것 보니

두세 밤 더 지나면

기억 희미해지면

나는 어디에 있나

온통 바란 꿈속 거닐고 있나

슬로우를 걸어주세요

남겨진 그 따듯함

당신과 나눈

그 마음이 사라지는 게

계절은 소용이 없고

모래알에서 날 찾아 헤맸죠

나 매일매일 행복했으면

거짓말이었어요

꽃은 피어나겠죠

마음도 자라나겠죠

그래야만 해요

언젠가의 우리

꾸며낼 수 없는 사랑을 했고

언젠가의 우리

많이 닮아있었죠

당신의 표정이 보이지 않죠

벌써 꽃잎이 떨어지는 것 보니

두세 밤 더 지나면

슬로우를 걸어주세요

당신과 나눈

그 마음이 사라지는 게

계절은 소용이 없고

모래알에서 날 찾아 헤맸죠

나 매일매일 행복할 거야

거짓말이었어요

꽃은 피어나겠죠

마음도 자라나겠죠

그래야만 해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