걷다 보면

정동원

창틈 새로 속삭이는

살랑살랑 바람 소리

잠든 나를 깨우며

내 마음 흩뜨려 놓네

저 하늘 위로 떠가는 구름

나도 똑같은 걸

정처 없이 사라져도

잡지 못할 뿐인 걸

한발 두발 걷다 보면

내 시간의 저 끝인데

어느새 지나버린 세월 뒤로 한 채

한 번 두 번 넘어져도

내 심장은 더 뛰는데

먼 훗날 후회 없이 웃을 수 있게

시작조차 아득했던

길고 또 긴 내 여행길

품어 왔던 내 꿈들 언제쯤 이뤄지나

저 언덕 너머 희미한 연기

나도 똑같은 걸

소리 없이 사라져도

잡지 못할 뿐인 걸

한발 두발 걷다 보면

내 시간의 저 끝인데

어느새 지나버린 세월 뒤로 한 채

한 번 두 번 넘어져도

내 심장은 더 뛰는데

먼 훗날 후회 없이 웃을 수 있게

이젠 멈출 수 없는데

돌아갈 수도 없는데

아직 까마득한 저 외길이

펼쳐져 있는 걸

나에게

한발 두발 걷다 보면

내 시간의 저 끝인데

어느새 지나버린 세월 뒤로 한 채

한 번 두 번 넘어져도

내 심장은 더 뛰는데

먼 훗날 후회 없이 웃을 수 있게

웃을 수 있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