목로주점

임영웅

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

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

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

언제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라던

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

이왕이면 마주 앉아

마시자 그랬지

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

그래 그렇게 부딪쳐 보자

가장 멋진 목소리로 기원하려 마

가장 멋진 웃음으로 화답해 줄게

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

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

월말이면 월급타서 로프를 사고

연말이면 적금타서 낙타를 사자

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

그래 그렇게 사막에 가자

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뜨리지 마

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

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

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