물안개 블루스

영탁

어두운 물안개 피어진 가을밤

오늘도 같은 자리에

조용하게 빈 잔을 채우는

바닷바람아 어서 오라

언젠가 풍운의 사람아

이 세상 내 것이라고 허세라도

내 길만 가련다

거친 파도야 막지 마라

구석까지 몰아쳐도

무릎은 꿇지 말아라

한 번의 인생아 서러워도

눈물의 잔을 거둬라

사납고 뜨겁게 내리는 빗속에

오늘도 노랠 부른다

부서져도 이 잔을 비우는

바닷바람아 불어오라

마음까지 빼앗겨도

미련은 갖지 말아라

스쳐 간 사랑아 그리워도

추억의 잔을 거둬라

외로운 가로등 불빛은

그날을 기억하겠지

쓸쓸하게 내 맘을 비추는

그리운 이름 불러본다

부서져도 이 잔을 비우는

바닷바람아 불어오라